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지전, 아군과 적군의 경계는 없었다

by hanulzzinggu 2025. 4. 23.
반응형

그들은 왜 싸워야 했나

감독: 장훈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장르: 전쟁, 드라마

개봉일: 2011년 7월 20일

러닝타임: 133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립니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을 만나게 됩니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그 누구도 신임 중대장에게 경례도 안 하고

춥다고 인민군 군복을 덧입는 병사들, 갈 곳 없는 어린애들,

심지어 갓 20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있는 등 뭔가 미심쩍습니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와 수혁은 고지 탈환 작전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신임 중대장의 무리한 작전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악어중대의 어리지만 베테랑인 대위 신일영과 중위 수혁의 단독 작전으로 위기를 모면한 채 후퇴합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단독 행동을 하는 악어중대원들을 못마땅해하던 중대장은

중화군과의 함화공작 전투를 벌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중사 오기영에게 사살위협을 가하고

그 순간, 수혁은 망설임 없이 중대장을 쏴 버립니다.

눈 앞에서 벌어진 상관의 죽음,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은폐하는 그들과 무표정한 수혁.

순식간에 하나가 된 중대 전체에 은표는 당혹감을 느낍니다.

적도 아군도 무너진 순간 총성이 멎은 그날의 기록

정전협정이 논의되던 1951년~1953년의 한반도는

휴전선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이어졌는데

고지를 점령한 쪽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판단 아래

수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쓸모없는 고지를 두고 싸워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전투에는 백마고지 전투, 철의 삼각지대 전투, 351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이 있으며

이 영화는 351고지와 백마고지 같은 격렬한 소모전을 복합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 모티브인 351고지 전투는

1953년 6월 정전 직전에 강원도 김화군 351번 고지에서 국군 제2군단 예하 부대

특히 국군 제8사단, 제5사단, 제3사단 일부 부대가 교대하면서 투입된 전투입니다.

국군은 미군 포병대의 지원을 받은 반면 북한은 정예 특수부대 및 포병 지원을 집중시켰습니다.

전투가 특히 치열해서 '백골고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는데

우리 군 병사들의 희생이 매우 컸습니다.

정확한 희생자의 수는 확인이 어렵지만 국군 전사자는 약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부상자를 포함하면 수천 명에 달할거라고 합니다.

고지를 점령하고도 돌아온 건 폐허와 희생뿐이었다는 상징적 의미의 전투이며

'전쟁의 끝자락, 쓸모없는 고지를 놓고 벌어지는 반복적인 죽음'이라는 테마로

영화 속에서 '누가 적이고 아군인가'는 실제 351고지의 상황,

교대 부대들 간의 혼선, 정보부의 개입, 정치적 갈등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영화 자체는 백마고지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고지를 위해 무수한 병사가 죽어나가는 소모전' 이라는 점에서 테마가 유사합니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국군 제9사단 백마부대가 전면 참전 했고 미 제8군 포병대 및 공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상대는 중공군 3개 사단이었으며 국군의 전사자는 약 3400명 부상자 포함 총피해는 9600여 명에 달하고

중공군의 전사자는 약 1만4천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고지의 주인이 24번이나 바뀐 고지전투로

백마고지의 지속적인 고지 탈환과 반복적 공방전이 영화의 전개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국군이 방어에 성공했고 당시 미군도 전설적인 방어전이라고 평가할 만큼

대한민국 국군의 가장 치열하고 극적인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고지였나 전쟁은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군 내부 첩자를 찾기 위해 김수혁 중위가 있는 전투부대에 파견되고

함께 수차례 고지 전투에 투입되면서 점점 전쟁의 진짜 민낯을 보게 되는 강은표 중위.

목숨을 걸고 하는 치열한 전투의 지휘관은 현장이 아니라 책상 앞의 상부였으며

상부의 정치적인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의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습니다.

고지전은 이념이나 애국심보다도

권력 유지, 정보 조작, 군 내부 권력 다툼에 더 좌우되고 있는 전쟁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전이 임박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지를 계속 뺏고 뺏기는 전투는

정치적 계산과 체면싸움이 만들어낸 무의미한 희생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누가 고지를 점령하든 수많은 청춘과 생명이 소모되는 비극만이 남는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공산군도 국군도 서로 비슷한 젊은 병사들이었고 총을 들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살아야 했기에 총을 들고서 고지에 올라야 했습니다.

결국 고지전의 적은 특정 진영이 아니라 전쟁 자체임을 보여주었으며

이념보다 생명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해 보여줬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름 없는 병사들의 삶과 희생

그리고 그 비극을 만든 인간의 욕망과 권력을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전쟁의 상처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에게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고

우리가 지금 이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