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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독재 권력의 끝을 목격하다

by hanulzzinggu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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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만든 침묵과 배신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장르: 느와르, 정치

개봉일: 2020년 1월 22일

러닝타임: 11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합니다.

이 사건의 40일 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킵니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들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하는데...

흔들린 충성, 그날의 총성

총성과 함께 끝난 절대 권력의 시대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고,

1963년부터 대통령직을 시작해 18년간 집권을 합니다.

1972년 유신 헌법을 통해 종신 집권 구조를 마련했으며

정치 탄압, 언론 통제, 의회 무력화로 독재 체제를 구축했고

중앙정보부는 정권 유지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1979년 10월 16일~20일 부산과 마산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부마민주항쟁'으로 시민과 학생들이 유신 체제의 철폐를 요구했으며

시위 진압 과정에서 차지철은 강경하게 대응했고 김재규는 온건하게 대응했습니다.

강경 진압으로 수백명이 구속되었는데 김재규는 이 사태에 대해 민심이반을 느꼈으나

박정희는 차지철의 말을 더 신뢰하고 오히려 강경책을 고수했습니다.

김재규와 차지철 두 사람은 박정희의 측근으로서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정책과 대응 방식에서 극심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김재규는 자신이 박정희의 정치적 우군이라고 믿었지만

차지철의 강경파 노선과 경호 강화로 점점 밀려나고 있었고

박정희는 김재규를 배제했으며 차지철은 김재규를 경멸적으로 대했는데

그로 인해 김재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1979년 10월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박정희, 차지철, 김재규, 그리고 김재규의 비서관이었던 박선호 등이 만찬을 했습니다.

차지철이 계속 김재규를 몰아세우는 대화를 했고 박정희는 이를 방관했습니다.

만찬이 끝나갈 무렵인 저녁 7시 40분경 김재규는 순간적으로 결심을 하고

준비된 권총으로 차지철을 먼저 사살한 뒤 이어서 박정희를 저격했습니다.

박정희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김재규는 이후 스스로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사후 수습에 실패하고 체포됩니다.

처음에는 정치적 동기와 유신 체제 종식을 위한 결단이라 주장했던 김재규는

결국 내란 및 대통령 시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1980년 5월 24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사건이후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고

계엄령이 선포되었으며 군이 정국을 주도하게 됩니다.

이후 12.12군사 반란으로 전두환이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제5 공화국이 수립됩니다.

결국 박정희의 죽음으로 유신 체제는 종식되었지만 또 다른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권력은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충식 작가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의 실체와 10.26사건에 대해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을 기반으로

1970년대 말 미국 하원에서 열린 한 청문회부터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이 발생하기까지

40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새롭게 각색한 첩보물 영화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과 창작이 주가 되어있는 영화이므로

실명 대신에 가공의 인물명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실존 인물임을 알 수 있지만 창작의 여지를 열어두는 장치입니다.

영화는 박통과 곽상천의 망상적인 권력 집착과 감시정치, 충성 경쟁 등을 부각했고

김규평은 내부에서 부패와 광기를 인지하고 괴로워하는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폭력의 연쇄성과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순한 정의 구현이 아닌

폭력과 권력이 서로 연결되어 몰락해 가는 구조를 드러냈고

극 중 김규평의 행위도 명확한 영웅이 아니며 회의적인 시선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유신 말기 한국 사회의 모순과 권력 암투

그리고 민주화 이전의 비극을 대중적으로 잘 재조명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건의 중앙정보부장이자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의 사형직전 마지막 말은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을 죽였다. 역사만이 나의 진실을 평가할 것이다"였다고 합니다.

동시대인들의 김재규의 의도에 대한 논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유신 종식과 민주화를 위한 결단을 내린 민주주의자였다는 의견과

자신의 입지 위축에 따른 극단적 선택을 한 권력 투쟁이었다는 의견,

그리고 이상주의, 현실 정치 불만, 개인적 좌절이 얽힌 복합적 요인이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의 행동이 정의로운 행동이었는가 아니면 개인의 정치적 야망인가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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