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한 여론의 실체
감독: 안국진
출연: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장르: 풍자, 사회고발
개봉일: 2024년 3월 27일
러닝타임: 109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실력이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 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어 정직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오는데...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진실을 지우는 권력 조작된 여론의 민낯
영화 '댓글부대'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기반으로 픽션과 사실을 절묘하게 엮어낸 사회 고발 스릴러이고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한 여러 온라인 조작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되었습니다.
먼저 2012년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조직적으로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사건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영화에서는 '팀알렙'이라는 조직이 이러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2008년 '삼성의 댓글부대 운영 의혹'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내부에 정규직으로 구성된 댓글부대가 존재하며,
이들이 삼성 관련 기사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고 폭로한 사건입니다.
또한 2012년 삼성전자가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으로
대만 정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영화 속 대기업 '만전'이 삼성과 유사한 이미지로 그려지며
내부에 150명 규모의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설정은
실제 삼성의 댓글부대 운영 의혹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KT&G 신형 담배 바이럴 광고 의혹'도
영화에서 '팀알렙'이 담배회사의 의뢰를 받아 간접광고를 진행하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담배와 같은 직접 광고가 제한된 제품의 경우
온라인에서 간접광고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홍보하는 수법이 사용되었는데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거나 특정 이미지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1992년 'PC통신 시절 앙마와 최초의 촛불시위'는
PC통신 유료화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주도한 인물 '앙마'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행동으로 옮긴 사례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앙마'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힘과 그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나왔습니다.
2004년 '하이패스 방해 전파 사건'은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자동 통행료 징수시스템 입찰을 방해한 사건으로
포스데이타가 도로공사로부터 하이패스 기능 테스트를 받던 중
삼성 SDS 직원들이 테스트 시험차량에 방해전파를 쏘아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하였다는 것이 당시의 쟁점이었는데
영화에서 만전 직원 2명이 언덕에서 방해 전파를 쏘는 것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경쟁사를 방해한 삼성직원들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22년 디시인사이드에 삼성전자의 HT 대상 댓글부대 폭로 게시글이 게시되었는데
영화 속에서 만전의 댓글부대를 폭로하는 게시물이 실제 게시물의 전반적인 이미지 구성과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조작된 진실 속 우리가 외면한 것들
영화는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하여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강조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팀알렙'의 활동은 현실에서 발생한 여러 여론 조작 사건들을 집약하여 표현했으며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한 명의 내부고발자 시점에서 여론조작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떻게 대중을 움직이며,
그 결과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누군가 조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실제로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화가 나면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뿌리인 공정한 의견 형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권력자나 대기업이 민의를 가장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화할 수 있고
이는 시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듭니다.
특히 온라인 중심의 사회에서는 댓글, 리뷰, 공유, 검색 결과 하나하나가
현실을 왜곡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한 개인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저항하거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진실을 왜곡하는 구조가 존재하는 이상 단순히 비판적 사고를 가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댓글과 추천 수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지금 우리의 감정과 분노는
'타인의 설계물이 아닐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무엇이 진실인가' 보다는 '누가 진실을 설계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경고를 하는 영화 '댓글부대'는
지금도 누군가가 당신의 생각을 조작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