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그림자에 대하여
감독: 추창민
출연: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장르: 드라마, 법정
개봉일: 2024년 8월 14일
러닝타임: 124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이럴 거면 재판은 왜 하는 겁니까!"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정인후'
정인후는 군인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선고로 형이 확정되는 박태주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지만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를 터뜨립니다.
"나 하나 살자고 부장님을 팔아넘기라고?"
사건 발발 30분 전, 정보부장으로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경호원들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박태주.
그의 행동이 '내란의 사전 공모인지, 위압에 의한 명령 복종인지'가 법정의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정인후는 박태주가 빠져나갈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하지만
박태주는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합니다.
"니가 무슨 짓을 하든 그놈은 죽어"
한편, 10.26을 계기로 위험한 야욕을 품은 합수단장 '전상두'
그는 자신만만한 정인후를 조롱하듯 재판을 감청하며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쪽지를 건네 사실상 재판을 좌지우지하는데...
단 16일간 졸속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이 시작됩니다.
잊힌 사람들과 잊힌 약속의 기록
영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과
그에 따른 정치 재판을 배경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이었던 박흥주 대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해
그의 재판과 처형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박흥주는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김재규 당시 6사단장의 전속부관으로 발탁되어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박흥주는 이 사건에 연루되어 군사재판을 받게 됩니다.
당시 그는 현역 군인이었기에 군법회의법에 따라 단심제로 재판이 진행되었고,
이는 곧 1심 판결이 최종 판결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재판은 비상계엄 하에서 진행되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변호인단의 증인 신청, 공판조서 열람 요청 등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변호를 맡은 태윤기 변호사는 광복군 출신의 인권 변호사로
박흥주 대령의 변호를 자청했고 당시의 법적 절차와 인권 문제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는 군법회의법의 단심제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위원회 제청을 요청했으며
박흥주 대령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 점을 들어
내란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박흥주는 최후 진술에서 당시 자신의 행동이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믿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궁정동의 비극이 발전하는 민주대한의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하며
자신의 행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 1980년 5월 24일 총살형이 집행되었는데
사형 집행 당시 그는 "대한민국 만세! 대한육군 만세!"를 외쳤으며
총격 후에도 생명이 유지되어 상관이 권총으로 머리를 쏘아 사형을 완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박흥주 대령의 군사재판과 태윤기 변호사의 변론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법적 절차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례로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흥주는 사형 집행 전 부인과 자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는데
그의 부인 김묘춘 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립묘지 안장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박흥주는 경기도 포천의 교회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박흥주는 군사재판에서 단 16일 만에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변호인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되었고
이는 당시 군사정권 하에서의 재판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26 사건과 그 여파로 진행된 군사재판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피살사건, 박흥주 대령의 군사재판과 처형,
태윤기 변호사의 변론 활동을 중심축으로 구성되었고
역사적 실화에 픽션을 더해 권력의 폭력성과 법의 불완전함을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영화는 실명 사용 대신 허구 인물 이름을 사용해 창작적 자유를 확보했고
실존 인물보다 감정선과 인간관계를 강조해 드라마적 몰입도를 강화했습니다.
실제 사건과 같이 군사정권 하에서 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상관의 명령에 따른 행동을 개인의 죄로 몰아가는 구조를 비판했는데
재판을 조작하고 감청하는 모습으로 당시 정권의 무자비함을 고발하고 있으며
정권 유지를 위한 재판이 어떻게 정의를 왜곡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사 구조가 탄탄하고 현실 기반 대사와 장면이 많아 역사적 몰입감을 높였고
과도한 미화 없이 인물의 모순까지 담아낸 점에서 균형이 잡혀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행복의 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그 너머의 정의, 책임, 권력의 본질을 묻는 작품으로
실제 사건에 대한 충실한 고증과 함께 인간 드라마로서의 깊이를 갖춘 영화이며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세대에게도 오늘날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