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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재난보다 무서운 무능과 방치

by hanulzzinggu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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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된 건 오염수인가 무능인가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장르: 괴수, SF

개봉일: 2006년 7월 27일

러닝타임: 11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한강매점,

늘어지게 낮잠 자던 강두는 우연히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생전 보도 못한 무언가가 한강다리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둔치 위로 올라와 사람들을 거침없이 깔아뭉개고, 무차별로 물어뜯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하는 한강변.

강두도 뒤늦게 딸 현서를 데리고 정신없이 도망가지만, 꼭 잡았던 현서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하루아침에 집과 생계, 그리고 현서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 강두 가족.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그들은 위험 구역으로 선포된 한강 어딘가에 있을 현서를 찾아 나섭니다.

독극물이 만든 괴수보다 더 독한 현실

영화 '괴물'의 핵심 모티브가 된 '주한미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은

2000년 2월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내 미군 의무지원단에서

주한미군 병리과 군무원 스티브 맥팔랜드가 포름알데히드 약 189리터를

고의로 배수구를 통해 한강으로 방류한 사건입니다.

맥팔랜드는 주한미군 용산기지의 병리검사실 책임자로

실험용 시신을 보관하던 탱크 속 포름알데히드가 만료되어 폐기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시체를 부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강력한 방부제이자

소독제 등으로 쓰이는 고독성 화학물질로  WHO 기준 1급 발암물질입니다.

인체에 흡입되거나 피부 접촉 시 암 발생 가능성과 호흡기 질환, 신경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물속에 흘러가면 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기에

미군 규정상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했지만

비용 절감 및 절차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한국인 군속 직원에게 '그냥 싱크대에 흘려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렇게 포름알데히드는 배수구를 타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하수관을 통해 방류되었습니다.

사건은 약 5개월간 은폐되다가 2000년 7월 13일 KBS '환경스페셜'이

'미군기지의 유독물질 한강 방류 실태'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방송에서 맥팔랜드가 지시했다는 정황, 실제 방류 장면 재연, 내부 제보 등을 토대로 고발했으며

이 방송을 계기로 언론과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이후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공식 대응에 나서며

대규모 시위와 SOFA 개정 요구로 확산됐습니다.

폭로 초기에 미군 측은 사건 자체를 축소했고 '위험하지 않다', '기술적 문제였다'고 해명하며

'인체에 해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한국 정부는 사건 발생 수개월 뒤에야 조사에 착수 사후 대응에 그쳤습니다.

이후 주한미군은 SOFA (한미 주둔군지위협정)를 근거로 한국 사법권으로부터 회피를 시도했습니다.

사건이 폭로된 후 주한미군이 한국 환경법을 무시하고 독극물을 무단 방류한 사실과

주한미군이 한국 내에서 저지른 환경범죄에 대해 한국이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더더욱 큰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이후 '한국은 주권국가인가?'라는 여론이 확산되었고 SOFA 개정 요구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특히 한강은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자 생활 하천인데 독극물을 무단 방류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으며

생태계 파괴 및 인체에 위해의 우려가 있어 환경주권 문제를 제기하며

용산기지를 환경오염 원인으로 조사하고 기기를 이전하라는 주장이 전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군 군무원 맥팔랜드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으며

미국 군사재판 대상도 아니었고 SOFA에 따라 한국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한국 환경부는 조사를 통해 포름알데히드가 실제 방류됐으며

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발표했지만 미군은 형식적인 사과만 했습니다.

사건 당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며

반미 감정이 급속히 확산되어 전국적인 반미 시위가 발생해

미군의 환경 범죄나 민간 피해에 대한 한국 측 수사권과 재판권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이례적으로 2001년 맥팔랜드는 한국 법정에 서게 되었고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실제로 수감되지는 않았습니다.

미군의 형식적인 사과 또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며

SOFA의 환경조항 신설이 추진되었으나 실질적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주한미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은 단순한 환경 사고가 아니라

외세가 자행한 환경범죄를 자국 정부가 막지 못하는 구조로

한미 관계의 불평등, 환경 주권 침해, 정부의 무기력, 미군의 치외법권성이라는 중대한 사회 문제를 드러냈으며

피해는 국민이 감당하는데 책임자는 치외법권 뒤에 숨는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안과 분노를 압축하는 사건입니다.

진짜 괴물은 한강에 버려졌다

영화 '괴물'은 실제 사건인 '주한미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처럼

국가는 무능하고 외세는 오만하며 시민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괴물이 납치한 아이를 가족이 구해내려는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국가가 외면한 사람들끼리 서로 지켜내는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현실을 너무 정직하게 반영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국가는 끝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는 대사가 아주 강하게 인상에 남았는데

그것은 단지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어느 시대의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문장 같았습니다.

영화는 환경 파괴의 책임을 외면하는 국가와 국민을 정보로 통제하려는 정부,

그리고 외세에 굴복하는 주권 없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으며

'괴물'은 한강에 사는 괴수가 아니라

무책임한 정부, 방관하는 사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체계일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괴물'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실제 환경 재난과 외세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사회고발적 작품입니다.

단순한 괴수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너무 많은 이 영화는

한강이,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무책임한 권력의 실험대가 될 수 있었는지를 기억하라고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에도 충격적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계는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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