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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 미제로 남은 분노의 기록

by hanulzzinggu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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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 남긴 채 끝난 사건

감독: 박진표

출연: 설경구, 김남주, 김영철, 강동원

장르: 범죄, 미스터리

개봉일: 2007년 2월 1일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현상 수배극

1991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 실화

내 아이를 빼앗아간 유괴범의 44일간의 피 말리는 협박 전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우리 아이는 겨우 아홉 살이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될 정도로 흉흉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던 1990년대.

방송국 뉴스앵커 한경배의 9살 아들 상우가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지고,

1억 원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피말리는 협박전화가 시작됩니다.

아내 오지선의 신고로 부부에겐 전담형사가 출동하고,

비밀수사본부가 차려져 정밀 과학수사를 시작하지만,

지능적인 범인은 조롱하듯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집요한 협박전화로 한경배 부부에게 새로운 접선 방법을 지시합니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협박전화 목소리.

교양 있는 말투, 그러나 감정이라곤 없는 듯 소름 끼치게 냉정한 그놈 목소리뿐입니다.

사건 발생 40여 일이 지나도록 상우의 생사조차 모른 채 협박전화에만 매달려 일희일비하는 부모들.

절박한 심정은 점차 분노로 바뀌고, 마침내 한경배는 스스로 그놈에게 접선 방법을 지시하며

아들을 되찾기 위한 정면대결을 선언하는데...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

1991년 대한민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대표적인 아동 유괴사건입니다.

1991년 1월 29일 오후 이형호 군은 피아노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에서 유괴됐습니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유괴범은 형호 군에게 접근해 "아빠가 데리러 왔다"고 속여 유인했는데

유괴 후에 형호 군을 강제로 차에 태워 서울시 외곽의 빈집으로 데려갔고,

곧바로 손발을 묶고 입을 막은 채 방치했습니다.

유괴범은 피해자의 부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서 몸값으로 2천만원을 요구했는데

통화를 할 때 음성 변조기까지 사용해 경찰이 전화 추적을 시도하다 실패했고

 형호 군의 부모는 범인의 요구대로 돈을 준비했지만

범인은 수시로 장소를 바꾸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는데

자신이 발각될까 두려워서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결국 돈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일부 수사기록에 따르면 범인은 이미 형호 군을 유괴 2일 만에 숨지게 한 후에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협박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1991년 2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곡동 한 하수구 안에서

유괴된 지 약 일주일 만에 형호 군이 숨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당시 이미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난 상태여서 시신의 부패가 심했으며

부검 결과, 입과 코가 막혀 질식사로 추정됐고 손발이 묶여 있었던 흔적이 발견됩니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확대했고 범인은 수사망을 피하던 중

범행 도구와 유괴 관련 정황이 드러나면서 1991년 2월 17일 체포되었습니다.

범인은 김기섭이라는 30대 남성이었는데 당시 현대중공업에 다니다 해고된 뒤

백수 상태였으며 경제적으로 굉장히 궁핍했던 상태였습니다.

김기섭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는데 실수로 사용한 전화카드에서 단서가 포착되어

경찰이 김기섭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김기섭은 체포 직후부터 자백은 비교적 순순히 했지만

감정이 결여된 차분한 태도를 보여 많은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선 대체로 '돈이 필요했다', '계획적이었다', '피해 아동이 울어서 죽였다' 정도로 간단히 말했고

결정적으로 유괴 후 형호 군을 이미 숨지게 해 놓고도

수차례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대중은 그를 '인간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김기섭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1991년 1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는데

사형 선고를 받은 뒤에도 뚜렷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최후 진술에서조차 특별한 반성 없이 짧고 무표정하게

"내가 죽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할 말 없다."라며 끝냈다는 비공식 기록에서 전해진 증언 중 하나가 있습니다.

김기섭의 이런 태도는 유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강한 분노를 유발했으며

특히 당시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두렵다는 말까지 돌았고

'공개처형해야 한다'는 극단적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1997년 말 김영삼 정부 퇴임 직전 당시 범죄 억제와 법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사형 집행이 이루어졌고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이 전국 교도소에서 동시에 사형 집행됐는데

김기섭도 그중 한 명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언론은 이 사실을 비교적 조용히 보도했으며

일부 인권 단체에서는 사형제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기섭에 대해서만큼은 '사형이 정당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당시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실종이나 유괴 관련 시스템이 거의 없어서

수사 초기부터 실수를 반복했는데 전화 추적에 실패했으며

유괴 장소나 범행 동선에 대한 수사도 부실했습니다.

또한 몸값 전달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지 못하고 놓쳤는데

이로 인해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범죄자와의 심리전이라는 명분으로 부모에게 수사 정보를 숨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 언론은 가족의 심정을 무시한 과도한 보도를 일삼았는데

피해자 가족 인터뷰, 유괴 협상 과정 보도 등이 국민적 공분을 사

이후 언론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찰과 검찰의 무능, 체계 부재에 대한 비판이 커져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가하게 되었으며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도 높아졌습니다.

범인은 사라지고 고통만 남았다

영화 '그놈 목소리'에 모티브가 된 '이형호 군 유괴사건'은

사건이 벌어진 시점부터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경찰 수사 과정과 언론 보도, 그리고 범인의 정체까지 많은 이슈를 낳은 사건입니다.

이형호 군 사건은 초기에 수사 실패가 많았고

형호 군의 시신이 발견된 뒤에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는데

실제로 사건 발생부터 범인 검거까지 약 20일 이상 소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용의자 없음 →미제 가능성'으로 언론이 보도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김기섭은 형호 군 사건 외에도 다른 유괴미수 및 협박 사건 2건에 연루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들이 한꺼번에 수사되면서 '이형호 군 사건과 직접 연관된 게 맞는가?"라는 의문을 일부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부에서는 이형호 군 사건을 미제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김기섭이 이형호 군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사형까지 집행된 사람은 맞습니다.

일부에서 '미제 사건'으로 보는 이유는

김기섭이 자백은 했지만 형호 군의 유괴 및 살해 현장에서 직접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건에 사용된 도구, 차량, DNA, 지문 등 과학적 증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혹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워낙 충격적이었던 탓에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경찰 수사 발표가 곧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는데

이 때문에 일부 법조계 인사들과 시민단체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유죄 입증이었는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더불어 당시 수사 관행상 자백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협박, 강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김기섭이 법정에서는 자백 내용을 번복하려 했다는 주장도 일부 기록에 등장했는데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위키 등을 통해

'진범이 따로 있다', '김기섭은 희생양이다'라는 주장도 일부 나왔습니다.

즉 김기섭은 법적으로 '이형호 군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확정되어 사형이 집행된 사람이지만

자백 외의 명확한 물증이 없었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사실상 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법적으로는 종결된 사건이지만, 의혹이 남아 있는 사건이라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그놈을 알아도 달라진 건 없었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범인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범인을 상상해야 하는데

이는 범죄의 비인간성, 불특정 한 악의 실체를 강조하려는 연출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그놈 목소리'라는 제목 자체가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경찰의 무능과 한계를 비판하기 위해 경찰의 기술적 한계, 혼선, 통신 추적의 실패 등을 디테일하게 묘사했으며

사회 시스템의 한계와 허점을 은근히 꼬집는 시선으로 전개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이의 아버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져가는 심리 상태가 중심 서사인데

잔혹한 번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긴장감, 무력감, 침묵으로 표현해

자극적인 범죄극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 서사라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실제 유가족들의 입장은 처음에는 영화 제작에 회의적이었지만,

영화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고 아픔을 존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재구성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범인을 특정하지 않은 채로 끝맺음으로써

실존했던 사건의 불완전함과 잔혹함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강조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실제 사건에서도 진범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 만큼

영화에서 범인을 특정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중하고 정직한 태도라고 느꼈으며

범죄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그 고통은 범인이 잡혀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세상은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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