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해자는 숨 쉬고 있다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장르: 드라마, 사회고발
개봉일: 2013년 10월 2일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
어느 비 오는 아침, 학교를 가던 9살 소녀 소원은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고 싶지 않은 사고를 당합니다.
이 일로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소원이네 가족.
하지만 절망 끝에서 희망을 찾아 나서는데...
세상은 왜 피해자에게만 잔인한가
영화 '소원'은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재원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11일 오전 8시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조두순은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등교 중이던 8세 여아를 유인해
자신의 집 근처 공터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 했습니다.
범행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항문과 생식기 주변에 심각한 훼손을 입히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중상을 가했고
사건 후 도주했지만 같은 날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장기 손상을 입어 대장 절제 및 재건 수술
그리고 인공항문 설치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습니다.
2009년 1심 판결에서 징역 12년형과 전자발찌 부착 7년 그리고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피고인이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참작해 감형을 했습니다.
이 판결로 국민들은 '술 마시면 형이 줄어드는 나라냐'는 반응으로
심신미약 감경 적용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아동 성범죄 처벌 수준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가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조두순의 출소일이 가까워지자 '조두순 출소 반대', '화학적 거세 촉구' 등
수많은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되었지만
2020년 12월 12일 조두순이 만기 출소를 하게 됐고
조두순의 거주지가 피해자의 가족과 가까운 거리여서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불안이 이어져
24시간 위치 추적 및 실시간 감시와 전담 보호관찰을 시행 중이며
거주지 주변에는 CCTV 및 방범초소를 다수 설치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 관련 법제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주요 변화로는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강화, 전자발찌 부착 기준의 확대,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음주감경 적용 제한 추진 등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신체적 후유증과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피해자 가족들은 언론 노출을 피하면서도
필요시 피해자 보호 법제화를 위한 활동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두순 사건'은 한국 사회에 아동 보호의 중요성과 사법 정의의 문제,
피해자 중심 지원 정책의 필요성 등을 깊게 각인시킨 계기가 된 사건입니다.
분노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현실
영화 '소원'은 '조두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직접적이고 잔혹한 묘사 대신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와 부모의 회복 과정에 초점을 맞춰 감정선과 공감을 강조했는데
이는 대중에게 트라우마 없이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부는 영화 제작으로 인해 실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는데
제작진은 '피해자 가족의 사전 동의 없이 영화화하지 않았으며, 사건이 아닌 회복을 주제로 각색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피해자의 가족이 느꼈을 무력감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함께 느끼게 해 주었으며
극복과 희망을 이야기함으로써 현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위로를 대신 전달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감동 코드 중심의 영화가 흥행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불편하다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영화의 메시지가 피해자 중심적 시선을 지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두순 사건'은 단순한 강력범죄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얼마나 법적으로, 심리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는지 드러낸 비극이자
우리 모두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참사입니다.
영화 '소원'은 그 현실을 고스란히 재현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했는지
그리고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지를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