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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끝나지 않은 분노와 질문들

by hanulzzinggu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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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나

감독: 황동혁

출연: 공유, 정유미, 장광

장르: 법정, 사회고발

개봉일: 2011년 9월 22일

러닝타임: 125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나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의 마음을 움직일 진실이 찾아옵니다.

믿을 수 없지만,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입니다.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아동학대를 저질렀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이제 이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시간입니다.

외면과 방관은 또 다른 폭력이다

영화 '도가니'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에 걸쳐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바탕으로 2008년 겨울부터 2009년 5월까지

다음의 '문학속세상'에서 연재되었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소설의 작가 공지영은 한겨레의 한 인턴기자가 쓴 이 사건의 재판에 관한 글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거동에 위치한 '인화학교'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교직원들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성폭력과 신체적 학대를 당한 사건입니다.

인화학교는 1961년 설립된 장애인 특수학교로 약 200여 명의 지적 장애 학생들이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기숙사 운영은 외부의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였으며 보호자의 방문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이 시기로부터 학교 관계자들인 교장, 행정실장, 교사, 기숙사 사감 등

다수의 교직원이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행, 성추행, 폭행, 강제노역 등을

자행했다는 피해자들의 중언이 나중에 나오게 됩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초등학생이었고 가해자들은 학생들의 지적 장애를 악용하여

협박, 무시, 방치 속에서 침묵을 강요했고 피해자들 중 다수는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으며

가해자들은 학교 내부에서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은폐와 협박을 반복했습니다.

2005년 11월 22일 MBC 'PD수첩'이 '은폐된 진실 - 인화학교 성폭력 실태'를 방송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고 방송에서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직접 담겼으며

교직원들의 집단적인 성범죄, 폭력, 무마 시도가 낱낱이 폭로되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제대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청각, 언어장애인이었으며

특히 피해 학생 일부는 10살 안팎의 초등학생 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수사 착수 후 10여 명의 학교 관계자들이 입건되었으며

이 중 일부는 장애 학생들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는데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와 증언의 일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가해자 상당수는 무죄, 또는 집행유예, 벌금형 등 경미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불분명하거나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고

정신장애인이 증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법제도적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협박을 시도한 정황도 있었지만

충분한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방송 이후 국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고

시민사회와 인권단체, 학부모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진상조사와 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등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지원과 사회적 압박에 나섰고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과 집회, 시위가 이어져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화학교 사건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후 공지영 작가가 2009년 소설 '도가니'를 출간했고

2011년에 영화화되어 다시 한번 사회적 파장을 불러옵니다.

이로 인해 국회는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성폭력범죄 공소시효 폐지 및 아동, 장애인 보호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인화학교는 폐교되었고 해당 학교 부지는 후에

광주광역시 장애인복지타운 부지로 전환되면서 당시 학교 건물은 철거되었습니다.

광주시와 시민사회는 해당 장소를 '기억과 반성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논의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 이야기를 끝냈는가

영화 '도가니'의 모티브가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단지 일부 범죄자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과 방치,

그리고 법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영화는 사건 장소로 가상의 학교인 무진 인화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되지만

이외에 피해자와 가해자는 동일한 구조로 설정되어 있으며

밀도 높은 연출과 연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제도적 무능과 사회적 외면을 고발하는 사회고발극의 정점을 찍어

영화가 실제 사회 제도를 바꾼 사례로 꼽히며

실제 피해자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게 조명과 음향을 세밀히 조절해 긴장감을 유지한 점이 돋보입니다.

또한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는데

무진 인화학교의 교장역을 맡은 장광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분노를 유발했으며

피해자들이 '믿어주는 어른' 하나 없던 절망감과 공포를 그대로 전달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건 이후 피해자들 중 일부는 심리치료 지원을 받았지만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지속되었으며

'도가니법' 제정 이후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었지만

피해자들은 지속적인 트라우마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여전히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재판 후 가해자들의 처벌은 대부분 너무나도 약했으며

심지어 퇴직금 수령 후 노후를 보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피해자의 언어가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진술을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인 차별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도가니'는 한국 사회에서 침묵 속의 고통이 존재함을 외친 절규이며

동시에 바꿔야 할 현실을 관객 앞에 드러낸 거울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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