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보다 기도에 기대야 했던 시대
감독: 곽경택
출연: 김윤석, 유해진, 송영창, 장영남
장르: 범죄, 드라마
개봉일: 2015년 6월 18일
러닝타임: 10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
한 아이가 유괴된 후, 수사가 시작되고 아이 부모의 특별 요청으로 담당이 된 공길용 형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극비 수사를 진행하기로 합니다.
한편, 가족들은 유명한 점술집을 돌아다니며 아이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만
이미 아이가 죽었다는 절망적인 답만 듣게 되고, 마지막으로 도사 김중산을 찾아갑니다.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아이의 사주를 풀어보던 김도사는 아직 아이가 살아있고,
보름 째 되는 날 범인으로부터 첫 연락이 온다고 확신합니다.
보름째 되는 날, 김도사의 말대로 연락이 오고,
범인이 보낸 단서로 아이가 살아있음을 확신한 공형사는 김도사의 말을 믿게 됩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는 진전되지 않고,
모두가 아이의 생사 보다 범인 찾기에 혈안이 된 상황 속에
공형사와 김도사 두 사람만이 아이를 살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데...
기적 같았지만 씁쓸했던 구조의 민낯
영화 '극비수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 사건으로
1978년 9월 15일 낮 12시 20분경,정효주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부산 남성국민학교 인근에서 검은색 승용차에 의해 유괴되었습니다.
범인 매석환은 당시 42세 전과 9범으로
과거에도 유괴 및 위조지폐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정양에게 '아버지가 거액의 빚을 져 세관에 잡혀가 당분간 내가 너를 보살펴야 한다'며 속이고
차량 트렁크에 태워 서울, 부산, 수원 등지를 오가며 도피했습니다.
33일간의 도피 끝에 매석환은 정효주 양의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5000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고
피해자의 이모에게 접근하던 도중 극비리에 수사 중이던 공길용 경사에게 검거되었습니다.
공길용 형사는 '포도왕'으로 불린 수사관으로 직감과 끈질긴 추적으로 범인을 검거했으며
수사에 협력했던 무속인 김중산 도사는 피해자 부모의 부탁으로 점을 봤는데
'아이는 살아있고, 범인은 고속도로 근처에 머무르며 긴장 상태'라는 점괘를 내놓았습니다.
공길용 형사는 김 도사의 말을 수사 보조 참고 자료로 활용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형사와 무속인의 협력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1979년 4월 14일 오전 8시 15분경, 정효주양이 등교 중
부산시 중구 대청동 메리놀병원 앞길에서
비닐로 차 번호판을 가린 승용차에 타고 있던 괴한에게 다시 유괴되었습니다.
첫 유괴 사건 이후 가족들이 매일같이 등하교를 함께했으나 딱 하루 거른 날 또다시 유괴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특별 담화를 발표하여 범인의 자수를 촉구하였습니다.
사건 발생 5일째인 4월 18일, 정효주 양은 경부고속도로 경주톨게이트 인근에서
택시기사에 의해 발견되었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범인은 1년 8개월 뒤에 붙잡혔으며
정효주 양 아버지 밑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사람으로
1차 유괴 사건으로 인한 부모의 재산을 노린 범행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무속인의 조언을 수사에 활용한 이례적인 사례이며
대통령의 특별 담화 발표로 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건입니다.
특히 피해 아동이 두 차례 유괴되었으나 모두 무사히 귀환한 드문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후 정효주 양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의 이름으로 묻힌 시대의 그늘
영화 '극비수사'는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협력을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특히 1차 유괴사건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이름과 가족 일부 설정 외에
기본 사건 구조, 시대 분위기, 주요 인물 이름 대부분이 동일하며
무속과 수사의 결합이 핵심 드라마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형사와 도사라는 상반된 두 인물이 힘을 합쳐 아이를 구한다는 서사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신뢰와 인간 간의 신뢰가 사건 해결의 열쇠로 작용합니다.
당시 무속인에 대한 편견과 권위적인 수사체계 등을 비판적으로 담았으며
무속과 과학의 경계를 다루되 비과학적 미신 옹호가 아닌 인간 신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실제로는 2차 유괴까지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생략되었으며
김중산 도사의 능력이나 수사의 성과 등이 다소 영웅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극적 구성을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영화는 실화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긴장과 감동을 잘 조율해
1970~80년대 한국 사회의 정서와 가족, 권위, 범죄에 대한 집단 반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과장되거나 미화된 부분도 존재하지만
단순한 실화 재연을 넘어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연대가 기적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아
당시 사건의 충격과 기적 같은 전개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