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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심연을 헤엄치는 진실

by hanulzzinggu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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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권력과의 사투

감독: 박인제

출연: 황정민, 진구, 김민희, 김상호

장르: 드라마, 스릴러

개봉일: 2011년 6월 9일

러닝타임: 112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당신이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진실입니까?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 사건.

사건을 추적하던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 앞에 어느 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이 나타납니다.

그는 이방우에게 일련의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보여지는 것과 달리, 조작된 사건임을 암시합니다.

발암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방우는 동료기자 성효관, 손진기와 특별 취재팀을 꾸리지만,

취재를 방해하는 의문의 일당들로 인해 그들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음모의 배후에 있는 정부 위의 정부, 검은 그림자 조직이 드러날수록

열혈 기자들의 진실을 향한 사투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대한민국을 조작하는 검은 그림자, 목숨을 걸고 도망친 내부고발자,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기자.

이들의 숨막히는 진실공방전이 시작됩니다.

숨겨진 권력을 추적하다

영화 '모비 딕'은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 사건'과 '청명계획' 등을

응축·재해석해 영화적 긴장감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 사건'은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소속이었던 윤석양 이병이

군 복무 중 민간인 사찰 명단을 작성하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명단에는 교수, 종교인, 언론인, 시민단체 활동가 등 1300여 명의 민간인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들은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군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윤 이병은 이러한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탈영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였으며

그 결과, 보안사 해체 및 기무사 창설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윤석양 이병의 폭로로 인해 군이 비공식적으로 민간 사회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처음 알려졌으며 군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중요한 사례로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군의 정치 개입과 인권침해가 존재한다는 경각심을 주게 된 사건입니다.

'청명계획'은 1989년 대한민국 국군보안사령부가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비하여

반정부 인사들을 사전에 검거하기 위해 수립한 비밀 작전 계획입니다.

'청명계획'의 주관 부서는 국군보안사령부 3처로 1989년 3월에 수립되었으며

비상계엄령 선포 시 반정부 인사들을 사전에 검거하여 쿠데타나 대규모 시위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초기 대상 인원이 923명에서 약 1300여 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대상자의 인적사항, 예상 도주로, 은신처, 체포조 등을 기재한 '청명카드'를 작성했고

계엄령 발령 시 이들을 전원 검거 및 처벌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1989년 8월 을지훈련 기간 중 8개 부대를 선정하여 도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청명계획의 사찰 대상자들은 A, B, C, D 등급으로 분류되었으며

주요 인물로는 노무현(당시 통일빈주당 의원), 이해찬(당시 평화민주당 의원),

문익환 목사, 임종석(당시 전대협 의장)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청명계획을 헌법과 형사법상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며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예비검속 성격을 띤 청명계획이 비록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대상자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선정하여

반정부 인사들을 획일적·포괄적으로 선정한 점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명계획'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군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과 민간인 사찰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후 군 정보기관의 개혁과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그림자를 비추다

영화 '모비 딕'은 직접적으로 청명계획을 언급하지 않지만

청명계획과 윤석양 사건의 구조, 인물 구성,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구성된 팩션영화로

청명계획과 매우 유사한 맥락의 국가 음모와 민간인 사찰, 권력기관의 통제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감독이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윤석양 사건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영화 초반부 내부자 제보 장면과 이후 전개는 윤석양 이병의 폭로 당시 정황을 연상시킵니다.

영화에서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민간인을 감시·조작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음모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청명계획의 민간인 사찰과 유사하고

정부 조직 내 정보기관이 불법적인 작전을 은폐하고

내부 고발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을 표현했으며

영화 속 조직 '미확인 정부기관'은 현실 속 보안사 또는 기부사를 투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기자가 사실을 좇지만 결국 거대한 벽 앞에 부딪히고

내부자도 사라지며 끝까지 진실에 다다르지 못하는 결말을 맞는데

이는 실제 윤석양 사건으로 인한 권력기관의 개편 이후 흐지부지된 현실과 겹쳐지며 씁쓸한 현실감을 줍니다.

영화는 정의를 쫓는 기자와 동료들이 끝내 어떤 거대한 진실에도 다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현실에서도 윤석양 이병은 양심선언 후 체포·수감되었고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과 시민사회가 고군분투했지만 근본적 처벌은 없었다는 점에서

'권력의 진실은 절대 투명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비극적으로 전하며

현실 사회의 한계와 무력감 그러나 그럼에도 진실을 좇아야 한다는 의지를 남깁니다.

1990년대 한국 군부의 민간인 통제 시도와 그걸 드러내려 한 작은 목소리들의 고통을 재현한 사회비판 영화로

한국 현대사 속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파 영화로서의 의의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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