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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그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선택

by hanulzzinggu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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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를 위해 밀정이 되었는가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츠루미 신고, 엄태구, 신성록

장르: 첩보, 시대극

개봉일: 2016년 9월 7일

러닝타임: 140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집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 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제국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입니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하는데...

총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의 두 얼굴이었다

영화 '밀정'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를 폭파하려 했던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1945년 1월 17일 서울 남산 일본군 헌병대 본부 인근에서 폭탄이 터졌고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조선총독부는 곧바로 황옥 경부를 독립운동가인 여운형과 접촉하여 폭탄을 설치한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일본 경찰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해 다수의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한 뒤

고문, 투옥했고 특히 여운형은 연루 의혹으로 극심한 감시와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사건 배후에 일본 경찰의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조선인 경찰 고위직인 황옥이 실제로는 조선 독립운동세력과 내통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황옥의 자백이 고문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으며

당시 좌우 통합 노선을 걷던 여운형을 견제하려는 일본의 마지막 수단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범인이 끝까지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으며 독립운동세력 내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이 사건을 명분 삼아 국내 독립운동세력을 대거 체포했으며

여운형은 해방 이후에도 여러 세력의 견제를 받았고

황옥은 남조선경무청장으로 일하게 되며 미군정과도 협력하는데 이 때문에 친일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독립운동계는 일본 경찰의 자작극 또는 조작된 내부협조자 프레임이라는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고

학계에서는 황옥이 이중첩자일 가능성과 조선독립운동에 연루되었을 수 있으나 단정은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흔들리는 시대, 누구도 온전할 수 없었다

영화 '밀정'은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베이스로 했으며

'1932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이라는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극 중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했는데

이정출은 황옥, 김우진은 김시현, 연계순은 현계옥, 정채산은 김원봉을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김상옥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김장옥과 김익상의 의거를 연상케 하는 선길 등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실제 인물과 사건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감독은 실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명을 직접 사용하기가 부담됐고, 실명을 사용해 신뢰감과 사실감을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배우가 만들어내는 테크닉과 재능을 관객들이 즐기기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개인적인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실제 사건의 구체적인 전개와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픽션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배신을 강조하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일부 요소가 과장되거나 창작 된 부분이 있지만

실제 의열단의 활동과 밀정들의 존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실제 사건은 명확한 영웅이 없는 사건으로 진상이 불분명하고 조선총독부의 조작 의혹이 짙은 반면

영화는 조선인 밀정이 내면적으로 갈등하다 결국 결단을 내리는 영웅 서사로 재해석해

'누가 진짜 조국을 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비극과 카타르시스를 강조했으며

일제 강점기의 심리적 폭력과 모호한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보여줬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역사의 그림자를 본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선인 독립운동가의 존재에 비해 조선인 밀정의 존재는

우리가 쉽게 외면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루었기에 나라를 잃은 시대에 조선인은

모두 영웅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꽤나 뼈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의 이정출처럼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현실에 굴복해 밀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배신자로 단순히 비난하기에는

식민지 조선이라는 거대한 절망 속에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약함과 비극이 떠올랐습니다.

실제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된 역사는 영화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절망적이었습니다.

폭탄을 만들다 실패하거나 발각되어 죽은 단원들

그리고 일본 경찰에 붙잡혀 모진 고문 끝에 죽은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교과서에 짧게 실린 몇 줄만으로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것.

그 속에서 살아 숨쉬었던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영웅, 배신자, 희생자, 생존자.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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