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거래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감독: 정지영
출연: 조진웅, 이하늬
장르: 범죄, 사회고발
개봉일: 2019년 11월 13일
러닝타임: 113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고발은 의무! 수사는 직진!
할 말은 하고 깔 건 깐다!
일명 서울지검 '막프로' 검찰 내에서 거침없이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는 '양민혁'은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립니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민혁'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사도 국민도 속은 거래의 실체
영화 '블랙머니'는 대한민국 금융사에서 가장 논란 많고 파장이 컸던 실제 사건 중 하나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은 일시적으로 부실 상태에 빠졌지만
다른 은행과 달리 공적자금 투입 없이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외환은행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매각 추진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 3천억 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외환은행의 실제 자산갖치는 약 2조 원 이상이라는 분석이 있었고
빠르게 회복중이었으나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보고 헐값에 매각을 승인했습니다.
은행법상 비금융자본 즉, 산업자본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는데
론스타는 부동산 중심의 투자사로 사실상 산업자본에 해당하지만
금융당국은 '특별 승인'으로 이 문제를 무시하고 허가해 위법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한 2003년 론스타는 외환카드와 외환은행의 합병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뒤 흡수합병했는데
이는 주가 조작 및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비화됐으며
외환은행을 단기간 보유하며 수조 원의 배당 수익을 챙기고 매각을 시도했는데
매각 대상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였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비협조와 자격 논란 등으로 매각이 지연되었고
2012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방해했다며
투자자-국가 분쟁(ISD)에 제소했고 청구액은 약 5조 원으로
2022년 8월 한국 정부가 약 2800억 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와 국민의 혈세로 지불했습니다.
이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3조 9천억 원 규모로 외환은행을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자격 문제를 묵인하고 매각을 허가해 비판을 받았으며
외환은행은 2015년 완전히 하나은행에 흡수 합병되어 사라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론스타는 1조 3천억 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통해
약 4~5조 원대 수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와 재정경제부 등이 매각 허가 및 자격 심사를 허술하게 처리하면서
정관계 로비와 인사 유착 의혹 그리고 부실 심사 등 조직적 방임 정황이 드러났고
외국 자본에 대한 견제 장치의 부재로 인해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국민들은 '국부 유출'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달했고
론스타의 자격 문제와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폭발했으며
'왜 정부는 국민의 은행을 헐값에 팔고도 책임지지 않느냐'며 분노했습니다.
론스타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릴 정도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크게 반발했고
참여연대,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금융당국의 책임자 처벌과 국부 회수 대책을 요구했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 주장도 있었으나 실질적 처벌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도 '정부는 자산을 보호하지 못했고,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비판했으며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스템이 외국 자본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난 사건' 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침묵하는 국가, 외치는 검사
영화 '블랙머니'는 복잡한 금융 구조를 사회적 스릴러 장르로 풀어내 관객의 몰입을 높였고
검사·변호사의 진실 추적 스토리를 통해 내부자 고발의 어려움과 사회 구조의 벽을 보여줬습니다.
사건이 가진 구조적 깊이나 금융권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순화한 측면이 있지만
영화적 각색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검찰의 정의 추구와 금융자본의 민낯을 효과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현실 속 외환은행 사건은 단지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정부, 금융당국, 외국 자본의 유착 구조가 만든 장기적 국부 유출 사태였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더 큰 비극이라고 느꼈으며
론스타 사태에서 드러난 감독기구의 무책임과 공적 정보의 은폐
그리고 불투명한 국가 의사결정 구조는 오늘날까지도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 점을 환기시킴으로써 '진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구조는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드러냈습니다.
'영화와 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메이커, 당신의 표는 누구의 전략인가 (6) | 2025.06.01 |
---|---|
영화 살인의 추억, 끝까지 잡히지 않는 무엇 (0) | 2025.05.22 |
영화 공기살인, 살균제보다 더 치명적인 무책임 (3) | 2025.05.17 |
추격자, 악은 멈추지 않았고 구조는 늦었다 (1) | 2025.05.15 |
실미도, 존재했으나 존재할 수 없었던 (0) | 202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