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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

킹메이커, 당신의 표는 누구의 전략인가

by hanulzzinggu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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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쇼인가 신념인가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이선균

장르: 정치, 느와르

개봉일: 2022년 1월 26일

러닝타임: 123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세상 바뀌는 꼴 좀 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옵니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됩니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왕은 누가 만드는가

영화 '킹메이커'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비공식 참모들 사이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서창대라는 캐릭터는 '엄창록이라는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오해가 온라인상에서 언급되었지만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전략가였던 인물은

'엄창환' 또는 '엄삼탁' 등의 다른 인물로

여러 정치 공작 전문가들의 특성을 혼합한 캐릭터입니다.

서창대의 모티브가 된 '김대중의 그림자 전략가'라고 불렸던 인물들은

'엄삼탁', '권노갑', '이인제'입니다.

음지의 전략가이자 조직의 달인 '엄삼탁'은

전직 군인 출신으로 김대중의 선거 참모이자 조직 실무 책임자였으며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야당 정치의 그림자 기획자였습니다.

1970~80년대 야당 선거 조직을 총괄했으며

김대중의 전국 유세 일정을 기획, 선거 때 지방 조직 관리 및 상대 후보 정보 분석 등

공작 수준의 선거 전략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김대중이 선거에서 지는 이유를 '조직력이 약해서'라고 판단하던 시기에

엄삼탁이 이를 보완했고 선거국면마다 음지에서 활약했지만

정치적 야망은 없고 충성심이 강한 조직형 인물이었으며

특히 1971년 대선과 1987년 대선 국면에서 김대중을 도왔던 비선 참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대중의 정치적 분신이었던 '권노갑'은 호남 출신의 정치인으로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등 김대중계 정당의 중심인물이었으며

김대중의 최측근이자 정무 참모, 정치적 후계자 격인 인물이었습니다.

김대중이 대통령 후보일 당시 선거 캠프를 총괄했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정당 조직 및 여야 협상을 조율했으며

 

김대중 대통령 당선 후에 청와대 민정수석→대통령 비서실장→민주당 상임고문 등 요직에 올랐습니다.

'DJ의 그림자', '가장 가까운 정치적 가족'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며

김대중이 감옥에 있을 때도 함께 투쟁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DJP연합 성사 과정에도 관여했으나

김대중 대통령 재임 말기에 권노갑 측근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며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김대중은 정치적 거리 두기를 하며 권노갑과의 관계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전략가에서 경쟁자로 변한 '이인제'는 충청도 출신으로

김대중의 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했는데

뛰어난 연설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1980~90년대 야권의 떠오르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김대중의 청년 조직과 선거 실무팀 등에서 일하며 정치력을 성장시켰고

김대중의 후계 그룹 중 한 명으로 주목받은 인물이었으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 경선에 불복해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독자 출마 하게 됐고

이는 1997년 대선에서 야권의 표 분열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김대중의 당선 이후 정치적 관계는 사실상 단절되었으며

이후 한나라당으로 이동해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입니다.

영화 '킹메이커'에 영감을 준 1960~1970년대 야당의 선거 전략으로

야당의 공식 유세 일정은 대규모 집회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이는 경찰의 감시를 의식해 허가받은 대형 유세 위주였던 것이며

비공식 유세 일정은 게릴라 식으로 빠르게 이동해 정보 노출을 최소화했고

당일 아침에야 지역 조직에 통보해

선거 사무소와 경찰이 정보를 미처 전달받기 전에 유세를 마무리했습니다.

김대중의 정치적 본거지이자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지역에서는

조직 유지와 유권자의 감정 결속을 위해

가족 방문, 장례 참석 등을 전략화 했고

박정희의 고향 기반이자 공화당이 강세였던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공화당에 실망한 지식인과 노동자층을 공략했으며

유동적 표심이었던 충청도는 집중 유세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유권자 대부분은 지역 기반의 투표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야당은 비호남권에서의 '의외성'과 '후광효과' 전략이 중요했습니다.

여권이나 경찰이 야당 후보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방해하거나

집회를 무산시킨 것에 대한 대응으로

가짜 일정 정보를 흘리는 전략을 사용했고

조직 내에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최측근 외에는 동선 통보를 금지해

내부 공작 방지 및 신속성을 확보했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여당은 야당의 유세장을 방해하거나 확성기를 끄고 연설을 방해했으며

야간 침입도 서슴지 않았고 선거인단을 매수하거나 투표지를 바꿔치기하고

개표 조작도 일상적이었는데

 

이에 야당은 전국 각지에 감시단을 파견해

현장의 폭행이나 조작을 사진으로 남겨 증거를 확보해 언론과 외신에 제보했으며

투표소와 개표소에 감시요원을 공식 파견 요청했고 거부당하면 법적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등 야당 지도자는 선거 직전 체포되거나 간첩 연루설 등으로 공격받았는데

이데 대비해 야당은 미리 변호인단을 구성했으며

체포 후 유세는 녹음 연설이나 대리인을 통해 전파했고

여론전 대비용으로 자필 성명서와 가정통신문을 사전에 배포했습니다.

이러한 전략들은 김대중을 비롯한 당시 야당 정치인들이

목숨을 걸고 선거에 임했던 시대의 실전 방식이었습니다.

당신을 설득한 사람은 누구인가

영화 '킹메이커'는 특정 인물의 실명이나 직접 묘사를 피했고

1970~80년대 야당 정치 전반에 있었던 실화적 정서를 재구성한 창작물입니다.

영화 속 서창대는 직접적인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여러 정치 공작 전문가들의 특성을 혼합한 인물로

주로 엄삼탁의 이미지를 상당 부분 반영한 허구의 캐릭터로

실제 엄삼탁은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으며

영화에서 권노갑이나 이인제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지만

김운범 주변의 참모진 속에 이들과 유사한 역할들이 녹아 있습니다.

영화는 1960~1970년대 야당의 선거 전략과 지역 공략 등의 현실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특히 전략가들의 '그림자 전투'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정치의 음지와 공작을 심도 있게 다뤄

정치의 '깨끗함'이 아닌 현실 정치의 회색 지대를 보여줬으며

'우리는 이겨야 하나, 옳아야 하나?'라는 화두로 정치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재의 정치도 여전히 이미지와 인물 중심이며 '정의 vs 실리' 프레임이 종종 충돌합니다.

영화 속은 '민주주의 vs 독재' 프레임이지만

지금은 대선 후보자체에 대한 팬덤 정치 경향이 강하며

과거처럼 '야당의 도덕성' 또는 '여당의 정통성'으로 나뉘지 않고

정당보다 개인 중심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정치는 윤리와 현실 사이의 외줄 타기로 그 시대에도 지금에도

'이기는 게 중요한가, 옳은 게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누가 옳았는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누가 이겼는지는 늘 역사가 먼저 적습니다.

그 시절의 정치 공작은 낡은 필름처럼 보였지만

 

오늘의 뉴스 헤드라인 속에도 여전히 그 잔상이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정치에도 여전히 킹메이커는 존재하며

그들은 화면에 보이지 않지만 의제를 조율하고 프레임을 설계하는 이들입니다.

정치의 승리를 위해 누군가는 이름 없이 그림자에 머물러야 했고

우리는 여전히 그 이름 없는 이들의 선택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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