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억을 원한다
감독: 김지훈
출연: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
장르: 시대극, 드라마
개봉일: 2007년 7월 25일
러닝타임: 125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1980년 5월, 광주.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닌 간호사 신애를 맘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합니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집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 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눈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 간의 사투를 시작하는데...
화려한 휴가가 아닌 참혹한 현실
5.18 민주화 운동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화려한 휴가'는
앞서 포스팅한 영화 '택시운전사'와는 달리 광주 시민 중심의 시점
즉 내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재현 중심의 영화입니다.
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후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고
1980년 5월 17일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정치 활동 금지, 대학 휴교령, 야간 통행금지 등을 발표. 야당 지도자 및 대학 교수 등을 체포했습니다.
이에 광주 전남대 학생들 사이에 반발이 고조되었고
5월 18일 오전 9시경, 전남대 정문 앞에서 학생 200여 명이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특전사를 포함한 계엄군이 강경 진압을 시작했는데
폭력적인 구타, 체포, 여성 폭행 등 인건유린이 발생했고
시민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시위에 가담하면서 충돌이 확대되었습니다.
5월 19일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이 광주 전역으로 중계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었고 도청 앞에 5만 명 이상이 운집해 계엄군과 대치했습니다.
이러한 광주의 상황을 중앙 언론은 축소 또는 왜곡해 보도했고
지역 언론마저 통제되면서 시민들 사이에 유언비어가 확산됐습니다.
5월 20일 시민들의 교통 지원을 막기 위해 계엄군이 택시를 파손했고
이에 항의한 택시 기사들과 일반 차량 수백 대가 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이 충돌 과정에서 공수부대가 실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시민 사망자가 급증하게 됩니다.
5월 21일 오후 1시경 계엄군이 도청 앞 시민을 향해 조준 가격을 해 수십 명이 사망했고
분노한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해 자위적 무장을 시작했습니다.
시민군이 형성되고 계엄군은 시 외곽으로 철수하면서 '광주 해방구'가 형성되었습니다.
5월 22일부터 25일에 걸쳐 시민군은 도청을 중심으로 질서유지와 구호활동을 수행했으며
자발적으로 쓰레기 정리, 음식 분배, 병원 봉사 등에 참여했고
이때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다루었던 독일기자 위르겐 헨츠피터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이 몰래 광주 상황을 촬영합니다.
5월 26일 일부 지도부는 항쟁의 한계를 인지하고 도청 자신 해산 협의를 했으나
많은 시민군은 끝까지 항정 의지를 유지했고
5월 27일 새벽 4시 계엄군은 특전사를 투입해 1시간 만에 도청 진압을 완료합니다.
도청 내 시민군은 다수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는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광주는 다시 계엄군의 통제 아래로 복귀하게 됩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광주는 잊지 않았다'는 시민들의 구호 아래 전국적 저항이 이루어졌고
1987년 직선제 개헌과 민주주의 회복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1988년 5공 국회청문회에서 광주항쟁 관련 진상을 공개했는데
군의 발포 책임, 계엄령 확대, 시민에 대한 학살이 정황이 명확히 드러났고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공식적인 진실이 방송되었습니다.
1995년 특별법 제정으로 전두환과 노태우가 내란죄 및 반란죄로 기소되었고
1996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전두환은 무기징역, 노태우는 17년형을 확정받았으나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후, 국민통합 명분으로 특별사면되었습니다.
2000년 5.18 관련 기록물 수집 및 보존 작업을 확대했고
2002년 5.18 묘역이 국립 5.18 민주묘지로 승격되었으며
5.18 특별법을 개정하여 유공자 지정과 배상을 확대했습니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등재되었고
국제사회에서의 민주주의 투쟁 사례로 인정받았습니다.
그해 오월, 기억해야 할 그 10일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인 외부인의 시점에서
감정선에 집중한 접근과 보편적인 감동 중심이었던 영화 '택시운전사'와는 달리
영화 '화려한 휴가'는 광주 시민들의 직접적인 항쟁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으며
시민의 고통과 저항 그리고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전투를 사건에 매우 가까운 직접적 묘사로 표현했는데
이는 보는 관객이 광주 시민의 시선에서
국가폭력과 항쟁을 직접 체험한다는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단순히 하나의 지역적 항쟁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이후 수십 년간 정치, 사회, 문화, 법 제도 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5.18은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5.18 기념사
그리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보수 정권 최초로 5.18 기념사 낭독 및 민주묘지 참배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실이 밝혀지고 기억되고 계승되는 현재형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진영을 초월한 민주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재는 그날의 피와 외침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