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운 진실의 목소리들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장르: 드라마, 군상극
개봉일: 2017년 12월 27일
러닝타임: 129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22세 대학생이 사망합니다.
증거인멸을 위해 박 처장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 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입니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 기자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합니다.
이에 박 처장은 조 반장 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합니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 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한 사람이 죽고,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
시민의 분노가 역사를 바꾸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사건입니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도화선이 된 비극적인 사건으로서
1987년 1월 14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일어났습니다.
박종철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대학생이었고
경찰은 그가 숨겨놓은 '민주화 운동 동지'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불법 감금 및 고문을 했습니다.
고문 도중 물고문 등을 가한 경찰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치안본부는 '책상을 탁 치자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언론에 흘리며
우발적 사고처럼 위장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질식사였고 의사의 소견도 심한 물고문 흔적을 증명했으며
서울대 총학생회와 일부 언론, 종교계, 야당 등이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하면서 은폐 시도는 실패하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의 민낯이 드러났고
전국적으로 분노한 시민과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결국 1987년 6월,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여한 6월 민주 항쟁으로 확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를 막을 수 없었고 6.29 선언을 발표합니다.
당시 고문 경찰관 2명만 살인치사죄로 기소되었고
그 외 고문 지시자와 관련 윗선은 솜방망이 처벌 혹은 면책을 받았습니다.
내무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의 사퇴가 있었지만 전두환 정권 자체가 무너지진 않았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재조명되어
당시의 조직적 은폐 정황과 윗선의 개입 사실이 다시 드러납니다.
이 사건은 고문 없는 경찰 수사체계에 대한 요구와 시민 인권 의식을 성장하게 했으며
언론과 시민 사회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1987년, 진실은 끝내 살아남았고 우리는 깨어났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이 어떻게 대한민군의 민주화를 촉진한 6월 항쟁으로 이어졌는지를 다룬 작품입니다.
고문 은폐 시도, 검사들의 내부 반발, 언론 보도 등 대부분 사실에 충실하게 재현하고 묘사하고 있으며
실명도 대체로 그대로 사용하거나 유사한 이름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보도보다는 감정적 몰입을 중시해
일반 시민의 시선으로 민주화 과정을 설명하거나
박종철이 숨진 사실을 상징정 인간사로 확대시키기 위해
개인적 감정선과 가족 서사 등 인물 간의 대사와 갈등 그리고 선택들을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직선제 쟁취의 계기가 된 이한열 열사의 사망까지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왜 함께 분노했는가' 또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가'를 되물어 보게 합니다.
박종철은 상징이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수많은 시민들의 용기가
민주주의로의 변화 그 실체였습니다.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권력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은
시스템 속에서도 용기를 내는 개인들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검찰, 기자, 교도관, 교회 등 영화 속 각자의 자리에서 싸운 사람들
그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 민주주의를 일군 과정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